문제는 수사기관·검사가 강한 사법권을 갖는 구조다
- 기소법정주의, 공판중심주의 도입, 법관 증원, 수사역량강화, 검사와의 협력 구조 마련을 통해 수사·기소의 사법권을 약화하고, 수사 역량을 높일 것을 촉구한다 -
법조윤리 실질화를 통해 국민과 변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법조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합니다.
○ 지난 1일 여당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7일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 원칙 그대로 수사·기소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형사사법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검사에게 일정한 보완수사권 등 제한적 권한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립하고 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칙 그대로의 수사·기소 분리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전제해 성명을 발표한다.
○ 한국은 검사가 수사라는 이름의 비공개 재판을 한후, 기소/불기소 라는 이름의 판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원님판사와 비슷한 사법권을 갖고 있었다. 현재 제도와 관행에서는 수사기관과 검사가 유죄를 99% 확신할때에만 기소,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한다. 이는 ‘피의자 보호’를 위해서라는 이유이나, 수사를 맡은 수사기관과 검사가 사건의 결론을 정하는 사실상의 사법권을 갖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수사기관의 ‘기소여부에 대한 의견’이라는 ‘판결’을 최종까지 관철할 가능성은 95%안팎으로 과도하게 높아, 수사기관과 검사에 ‘전관예우’ 문제도 나타난다.
○ 수사·기소 분리 개혁은 검사가 독점하던 수사(비공개 재판)·기소(비공개 판결)의 사법권을 수사기관과 검사가 나누어 갖자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도 실질적으로 기소는 수사에 종속된다. 수사기관은 수사(비공개 재판)하여 기소(비공개 판결)에 영향을 주는 사법권을 갖는다. 이 때문에 ‘수사기소 분리가 수사기관을 판사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거나, ‘검사도 여전히 기소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난다.
○ 이러한 지적을 고려해 해외국가처럼 ‘재판의 심판’인 법원에 사법권을 집중시키고, 수사기관과 검사는 사법권이 약한 ‘재판의 선수’로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수사기관과 검사의 사법권 제약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기소법정주의, 기소 기준의 완화(probable cause, 50%가량의 유죄확신시 기소), 판사가 기소를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 유죄를 확신할 수 없는 회색지대의 사건을 법원의 공개법정으로 넘기도록 함으로서 수사기관과 검사의 사법권을 제약해야 한다. 공소제기와 공개재판을 원하는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② 공판중심주의를 통해 법정에서 조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사법권을 법원과 공개법정에 집중시켜야 한다.
- 만약 기소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면, 독일이나 미국 등 국가처럼 사법권을 갖는 법원이 기소를 최종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 독일, 미국 등 해외 국가는 검사나 경찰은 폭 넓게 기소를 신청하고, 사법권을 가진 법원이나 배심이 기소를 결정한다. 법원이 기소할뿐더러, 기소 후 무죄판결의 비율이 높아 수사기관과 검사가 사법권·사건 처리의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③ 공판중심주의를 위해 법관을 1만명 이상으로 증원할 필요가 있다.
- 대륙법계인 독일의 직업법관은 약 2만명이다. 배심 제도 확대, 디스커버리 제도, 피해자 기소제도 등의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원으로 사법권을 집중시키고 다수의 법관이 공개법정에서 충분히 조사한 후 유무죄를 가리는 구조가 필요하다.
○ 수사기관과 검사의 사법권이 약화되고 공판중심주의가 실현된다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보완책도 고려해야 한다.
1) 검찰수사관의 수를 줄이고 직접 수사·수사 개시를 어렵게 하는 대신, 검사에게 보완수사 등 수사기관과 협력하는 ‘재판의 선수’로서 필요한 권한을 주고 기관간의 협력이 원활해지도록 유도해도 무방할 수 있다. 검사가 선수에 그치지 않고 과도한 사법권을 가졌기에 검사의 권한을 제약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2) 변호사자격자를 충분한 처우로 경찰·중수청 등 수사기관에 영입하여 수사기관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검사에게 사실상의 사법권이 있는 이상 ‘수사기관이 사실상의 판사가 되는 문제’와 ‘검사의 권한 남용 가능성 문제’ 모두 해결되지 않는다. 수사기관과 검사의 사법권을 해외 수준으로 약화하는 것을 전제로, 법원, 수사기관, 검사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보완함으로서 형사사법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2025. 9. 4.
한국법조인협회